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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새로운 테마로 단장하는 농촌과 도시의 마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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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2월 통권 010호 | 사람과 글 人ㆍ文

[제9회] 새로운 테마로 단장하는 농촌과 도시의 마을들

천종호
용문고등학교 교사.『국토종합개발계획과 중부지방 서해안의 지역변화』(지역지리학)라는 논문으로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지역칼럼을 쓰기 위해 지역답사를 다니고 있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들은 일찍부터 모여서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역사가 오래된 농촌의 마을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중기이후 같은 성씨의 사람들이 모여 집성촌(集姓村)을 형성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많은 농촌인구가 도시로 이동하여 도시에도 많은 마을들을 구성하기에 이른다.

   흔히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는 농촌의 오래된 마을은 집촌이라고 한다. 집촌의 특징은 가옥이 밀집되어 있으면서 무계획적으로 들어선 관계로 골목길이나 가로망이 불규칙적이고 구불구불한 것으로 정리된다. 도시의 마을들도 이런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사전의 계획없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인구를 수용하다보니 도시의 마을들도 가옥의 밀집도가 높으며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많다. 또한 이렇게 형성된 도시의 마을들은 기존 시가지나 주택지 외곽에 자리잡다보니 구릉지나 산지를 잠식하게 되어 지대가 높은 경사지에 입지한 경우가 많기도 하다. 역사가 짧고 계획적으로 형성된 신도시나 간척촌, 신대륙의 개척촌 등이 평탄한 대지에 반듯반듯한 가로망과 규칙적인 가옥의 분포를 보이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되는 특징이라고 하겠다.

   근대화와 산업화를 상징하는 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으뜸은 합리성과 효율성일 것이다. 각종 현대화된 기반시설이 입지하고 보다 빠른 교통소통과 시간거리의 단축을 위해서는 굴곡과 곡선이 아닌 기하학적인 형태와 매끄러운 직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이에 따라 근대화와 산업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도시와 옛 마을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낡고 노후화된 존재로 여겨지기에 충분했다. 불규칙적이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키작은 가옥들, 좁고 구불구불해서 자동차가 들어가거나 주차하기도 어려운 골목길들, 걸어 올라가기 힘든 많은 계단길이나 경사길 등은 주거환경 면에서도 불리한 것으로 간주되었고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주범으로 낙인찍혀 항상 재개발과 철거의 위협을 받기에 이르렀다. 특히 아파트와 주상복합이 고급주택으로 인식되고 대도시에 전국적으로 보급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지게 되었다.

   농촌의 경우 1960년대부터의 산업화에 따른 이촌향도현상으로 인해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빈집이 늘어났다. 농업 이외에는 별다른 산업기반을 갖추지 못한 경제개발시기의 농촌은 도시화를 위한 인구제공처였다. 더구나 1970년대부터 급속히 진행된 새마을 운동과 농촌개조운동은 우리 농촌의 전통문화가 새 시대에 걸맞지 않는 구시대의 유산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주었고 농촌의 경관이 급변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초가집은 슬레이트나 기와지붕으로 바뀌고 흙길과 돌담은 시멘트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외관상으로 농촌이 ‘근대화’되었지만 산업기반이 없고 인구유인요소가 없는 농촌은 시간이 갈수록 퇴락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농업이 개방되고 외국산 농산물이 밀려들어오자 그나마 남아있던 농민들마저 농업을 포기하거나 농촌을 떠났다. 이는 농촌의 인구감소 및 고령화로 이어졌고 초등학교 등 농촌의 기본적인 시설들마저도 유지되기 어렵게 하였다. 젊은 사람이 없는 농촌마을은 점차 활력을 잃어갔다.

   달동네라고도 불리는 도시의 노후화된 주택지역과 골목길, 그리고 농촌의 활기없는 마을들이 살아날 가능성은 없어보였지만, 한편으로는 과거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점차 사라져가는 이러한 마을들의 가치가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감성이 여행과 관광의 트렌드로 확고하게 자리 잡고, 이제 소득수준의 상승으로 우리의 지난 삶의 궤적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요즘, 이러한 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마을들도 최근의 분위기에 발맞춰 자신의 마을만이 가진 독자적인 테마나 지역성을 개발하고 있다. 처음에는 전문가나 시민단체들이 주도하였으나 이제는 마을의 자치위원회나 주민협의회를 거쳐 마을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여기에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곁들여지고 담당 공무원들의 노력이 더해지면 훌륭한 마을관광지가 탄생하게 된다.

   농촌관광과 녹색관광이 지난 10년간 활성화되면서 한적한 농촌이 독특한 테마를 지닌 관광농촌이 된 경우가 많다.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마을로 이제는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된 세계적인 농촌관광지이다. 한때 유명해지면서 많은 인파로 인해 망가지기도 하였으나 정비계획에 따라 상가를 마을 밖으로 이전시키고 자동차의 출입을 제한하는 등의 노력으로 초가집과 한옥이 가득한 전통마을의 분위기를 되찾았다. 탈춤공연 등의 문화행사도 곁들여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도 찾고 있다.

   전북 임실의 가난했던 마을이 전국에서 손꼽히는 관광농촌이 된 경우도 있다. 임실읍 금성리의 치즈마을은 치즈 및 낙농체험으로 전국적인 명소가 되었다. 1960년대에 이곳에 부임한 벨기에 출신의 디디에 세스테벤스(한국명:지정환) 신부가 산양을 키우며 치즈가공법을 주민들에게 가르쳐준 것이 그 시작으로 이제는 질 좋은 치즈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치즈만들기를 비롯한 각종 낙농체험이 활발하게 열리는 곳이 되었다. 임실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연중내내 많은 단체 체험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 율면 석산리의 부래미마을은 가장 먼저 성공한 농촌관광마을로 꼽힐 것이다. 지극히 평범하기만 하여 눈에도 잘 띄지 않고 특별한 관광자원도 없는 이 마을은 농작물 캐기와 과일 따기, 각종 농촌의 전통문화와 민속놀이 체험 등을 농촌체험 프로그램으로 개발한 결과 대표적인 농촌체험마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마을주민들의 단합된 의지와 마을지도자들의 노력도 이 마을의 성공에 큰 역할을 하였다. 수도권에 위치한 관계로 많은 체험객들이 몰린다. 부래미 마을은 별다른 관광자원 없이도 농촌 그 자체가 훌륭한 관광자원이며, 농촌체험마을과 농촌관광이 가능함을 보여준 사례이고 전국의 다른 농촌체험마을에 큰 영향을 준 곳이기도 하다.

   교통이 불편하여 접근성이 떨어지는 산촌도 관광지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마을로는 전남 장성군의 금곡영화마을이 있다. 인구감소로 마을의 존폐가 우려되던 곳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던 곳이기도 했던 이 마을은 한국영화의 산촌풍경이나 산업화 이전 시대의 촬영지로 활용되면서 영화마을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옛 농촌의 모습이 남아있는데다가 주변에는 편백나무와 삼나무의 조림지역으로 유명한 축령산 휴양림까지 있어 숲체험과 한적한 산촌의 정취,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감상하는 산촌관광지로 자리잡았다.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은 달동네를 문화마을로 탈바꿈한 가장 우수한 사례이다. 한국전쟁 후 피난민들과 태극도 신도들이 정착한 감천동의 산동네는 부산의 감천부두를 내려다보는 고지대에 위치한 전형적인 도시의 노후화된 주택지였으나, 예술인들과 부산 사하구청의 지원 및 마을주민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한국의 마추피추’, ’한국의 산토리니’ 등의 애칭을 얻은 아름다운 마을이 되었다. 다소 규칙적인 단층가옥들의 분포에 예술적인 채색을 가미하고 조망이 뛰어난 관계로 점차 유명해지고 있으며 주민들도 기념품을 직접 제작하여 아트샵에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감천문화마을은 철거와 재개발만이 도시개발의 정답이 아님을, 주민들의 참여와 노력이 마을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경우이다.

   서울의 안국동과 가회동, 삼청동에 해당되는 북촌 한옥마을도 거주하기 불편한 한옥지구로 여겨져, 점차 한옥이 감소추세에 있었으나 서울시가 한옥의 리모델링에 많은 지원을 해주는 등 한옥보존정책을 추진한 결과, 아름다운 한옥마을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수많은 해외관광객들이 도보답사를 오는 국제적 관광지가 되었다.

   대구의 진골목은 ’긴 골목’이라는 의미의 대구 사투리로, 대구 도심의 옛 골목을 관광지로 재발견한 사례이다. 근대문화유산이 많이 남아있는 대구도심의 옛 골목길에 여러 가지 테마를 가마하여 걷기관광코스로 개발한 결과 관광과는 거리가 먼 도시로 느껴졌던 대구에 근대역사기행을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진골목 인근의 각종 근대건축물도 찾는 사람이 증가하는 중이다.

   오래된 농촌마을과 도시의 골목은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불과 30여 년 전만해도 이 나라의 대부분 사람들이 이러한 곳에 살고 있었다. 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이 여기저기 세워지는 지금, 이런 마을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역설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경관변화는 빠르기에 이런 곳들의 보전가치가 더 높아지는지도 모르겠다. 



 ▲ 안동하회마을의 탈춤공연(위)과 하회마을 전경 : 
 안동 하회마을은 우리의 전통마을을 넘어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바탕하고 있다. 



 ▲ 임실치즈마을에서의 산양젖짜기와 치즈만들기체험(위). 
 유명한 낙농체험마을로 성장한 치즈마을의 사료작물밭(아래).



 ▲ 이천 부래미마을의 여름철 고기잡기체험(위)과 봄철의 딸기따기체험(아래).
 부래미마을은 농촌자체가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다.



 ▲ 장성 금곡영화마을(위)은 산촌의 전통경관이 잘 보전되어 있으며 편백나무와 삼나무의 조림지로 알려진
 축령산 휴양림(아래)과 연결되어 있어 산촌의 정취와 삼림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 서울의 북촌한옥마을은 정부의 정책적 배려 덕분에 명품한옥지구로 재탄생하고 있다. 



 ▲ 부산 감천동 문화마을은 전문가들의 예술적 감각과 지역주민들의 참여,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만든 새로운 명소이다. 노후화된 주택지도 철거의 대상이 아닌 관광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곳이다.



 ▲ 대구의 도심에 남아있는 골목길들은 최근 진골목이라는 이름의 근대역사걷기코스로 개발되었다.
 진골목의 작은 도서관도 만들어졌다(위). 대구의 3.1운동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면 청라언덕이 나온다.
 동산병원의 선교사사택과 청라언덕이라는 지명을 노래가사로 썼던 작곡가 박태준의 노래비 등
 대구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흔적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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